새벽 두시
김지하
새벽 두 시는 어중간한 시간
잠들 수도 얼굴에 찬 물질을 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
공상을 하기에는 너무 지치고
일어나 서성거리기엔 너무 겸연쩍다
무엇을 먹기엔 이웃이 미안하고
무엇을 중얼거리기엔 내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럽다. 가만 있을 수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새벽 두시다
어중간한 시간
이 시대다
새벽 두시
김지하
새벽 두 시는 어중간한 시간
잠들 수도 얼굴에 찬 물질을 할 수도
책을 읽을 수도 없다
공상을 하기에는 너무 지치고
일어나 서성거리기엔 너무 겸연쩍다
무엇을 먹기엔 이웃이 미안하고
무엇을 중얼거리기엔 내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럽다. 가만 있을 수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새벽 두시다
어중간한 시간
이 시대다
러브 앤 개년
황병승
나의 연인은 말한다 우리가 아침에도 만나고 낮에도 만난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너는 조금씩 모르게 될거야 어째서 사랑은 그런 것일까 나의 연인은 말한다 우리가 늦은 밤에도 만나고 새벽에도 만나고 공원에서 들판에서도 만난다면 우리가 누구인지 내가 누구인지 영원이 모르게 될 것이고 밤과 낮 공원과 들판에 대해서도 까맣게 잊어버리겠지 어째서 어째서 사랑은 그런 것일까 나의 연인은 소리친다 입 닥쳐 개년아 어째서라니 네가 그 사실을 자주 잊어버릴수록 너는 더 미친듯이 사랑에 목말라 해야 하고 이곳에 없는 나를 찾아 밤새도록 공원을 숲 속을 헤매게 될 거다 우리가 아침에도 낮에도 공원에서 들판에서도 만난다면 사랑은 역시 그래야 하는 걸까 나의 연인은 돌아선다 어째서 나를 개년이라고 부르는 네가 누구인지 너에게 개년이라고 불리는 내가 누구인지 또 우리가 무엇인지 너의 말처럼 영원히 모를 수도 어쩌면 조금 알게 될 수도 있을 거다 모르는 거니까 우리들 언젠가 공원에서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의 지갑을 훔쳐 과자와 홍차를 사먹은 적이 있어 이 사실을 아빠가 알게 된다면 우리를 개집에 넣고 혹독하게 매질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 밤의 나는 너의 사랑을 받는 개년이다 어쨌든 말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아니 네가 누구인지 나의 첫번째 사랑이 어떻게 달아나고 마는지 똑똑히 알게 될 때까지는
그때가 가장 슬프다
황경신
뭔가가 시작되고 뭔가가 끝난다
시작은 대체로 알겠는데 끝은 대체로 모른다
끝났구나, 했는데 또 시작되기도 하고
끝이 아니구나, 했는데 그게 끝일 수도 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아, 그게 정말 끝이었구나 알게 될 때도 있다
텅 빈 액자
유희경
눈 덮인 지붕과
궁핍의 나무를 떼어낸다
서러운 그림이다
그림은 그의 것이다
등 너머 실팍한 마음이
이제야 먼지처럼 날린다
거실 옆 부엌에는
그릇을 깨먹은 여자가 있다
잔소리하듯 하얀
그릇됨의 속살
떼어낸 자리라 환하다
어떻게 그렇게 했는지
없어진 나날보다
있었던 나날이 더 슬프다
마음의 경영이 이 생의 목표다!
반납하기 전에 잠깐 다시 읽어봤는데
'최저낙원'이라는 말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폐허를 최저 낙원으로 받아들이며 사는 이 자세가 그렇다고 달관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터널에 갇혀 깜깜한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님을 조용히 긍정합니다. 어둠 속에 갇혀서도 한사코 어둠 자체가 되는 일만큼은 철저히 거부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 내가 얼마나 능란한지에 대한 자랑스러움 보다는, 내가 얼마나 못미치는지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 내세우게 됩니다.]
저널리즘은 내가 따라가지 못할 영역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그 전에도 알고 있었지만..
작년에 미술관에서 강의 들었을 때
frame에 관한 강의가 생각났다.
집에 자료가 있나
찾아봐야지
밝은 밤
오가타 카메노스케
한 사람 한 사람이 실로 조화와 같고
손은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고
부드럽게 밤공기가 후끈거린다
담배와
따뜻한 차와
이것은―
카스텔라와 같은
밝은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