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5. 09:35




천명관 고래(2004)

◈인간의 길들여진 상상을 파괴하는 이야기의 괴물을 만드는, 소설계의 프랑켄슈타인.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숍의 점원, 보험회사 영업사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서른이 넘어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영화 「미스터 맘마」의 극장 입회인으로 시작해 영화사 직원을 거쳐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되기도 했으며, 영화화 되지 못한 시나리오도 다수 있다. 연출의 꿈이 있어 시나리오를 들고 오랫동안 충무로의 낭인으로 떠돌았으나 사십이 될 때까지 영화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진 마흔 즈음,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 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었으며,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이 "감히 이 소설을 두고 문학동네소설상 십 년이 낳은 한 장관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한 『고래』의 '충격'에 대해, 소설가 은희경은 "인물 성격, 언어 조탁, 효과적인 복선, 기승전결 구성 등의 기존 틀로 해석할 수 없다"라고 했다. 
또한 소설가 임철우는 "그 풍부하고 기발한 상상력의 세계 속에, 보다 구체적인 인간 현실과 삶의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성찰까지 아울러 담겨진다면, 머잖아 우리는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 같은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아끼지 않았다. 
막장 가족서사라 칭하는,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을 비롯하여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그녀를 둘러싼 갖가지 인물 사이에서 빚어지는 천태만상, 우여곡절을 숨가쁘게 그려내는 『고래』등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 제1회 <새의 선물>의 은희경, 제2회 <아무 곳에도 없는 남자>의 전경린, 제3회 <예언의 도시>의 윤애순, 제5회 <숲의 왕>의 김영래, 제8회 <그녀는 조용히 살고 있다>의 이해경... 문학동네 소설상이 오랜만에 당선작을 냈다. 주인공은 지난해 여름 '문학동네 신인상'을 통해 등단한 천명관씨. 등단작 '프랭크와 나'를 제외하곤 아무 작품도 발표하지 않은 진짜 신인이다.

'이 소설을 '특별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임철우, '자신과는 소설관이 다른 심사위원의 동의까지 얻어냈다는 사실이 작가로서는 힘있는 출발'이라 말하는 은희경, '소설이 갈 수 있는 최대의 영역으로 발을 들여놓'았다고 평하는 신수정까지. 추천글부터 심상치 않다.

소설의 1부, 2부에서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의 일대기와 주변 인물들의 천태만상이 그려진다. 3부는 감옥을 나온 뒤 폐허가 된 벽돌공장에 돌아온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의 삶을 담고 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복수극"이라는 작가의 말대로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한을 품고 죽은 박색 노파가 등장, 주인공을 파국으로 이끈다는 설정이다.

조각조각, 수십 개의 에피소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모두 모아놓은 양 할아버지 할머니한테 듣던 옛날 이야기, 동화책에서 본 설화와 신화, TV 연속극 같은 스토리, 인터넷에 떠도는 엽기 유머 등이 섞여든다.

맨몸으로 시작해 큰 사업가가 된 한 사람의 이야기인가 싶으면 벽돌을 굽는 한 장인에 대한 이야기이고, 다시 여러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의 지난 세기의 이야기인가 하면 바로 오늘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썩 인상적인 데뷔작.


◈ 금복은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 빈 덕에 걸어놓고 알몸으로 물 속을 향해 걸어갔다. 밤새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차가운 파도가 휘감았다. 그녀는 파랗게 빛나는 고래를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고래는 거대한 유선형의 몸체를 우아하게 움직이며 그녀를 향해 꼬리를 철썩거리다 이따금씩 힘찬 분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아무리 헤엄을 쳐도 고래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바로 앞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고, 매끄러운 거죽이 손에 잡힐 듯 코앞에서 번들거렸지만 고래는 늘 그만큼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고래는 다시 한번 크게 물을 뿜어낸 후 유유히 꼬리를 흔들며 깊은 물 속으로 사라졌다. 허탈해진 그녀는 지칠 때까지 물 속에서 나오지 않고 다시 고래가 솟아오르길 기다렸지만 끝내 고래는 나타나지 않았다. 완전히 기진해서 그녀가 다시 물 밖으로 나왔을 땐 바다 저편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언젠가 그녀의 등을 떠밀어 고향을 떠나게 했던 바로 그 바람이었다. 그리고 그 바람은 이제 그녀를 다시 어디론가 데려갈 참이었다. 아니, 어쩌면 그녀가 바람을 불렀을지도...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10

그녀에게는 '적당히'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았다. 사랑은 불길처럼 타올라야 사랑이었고, 증오는 얼음장보다 더 차가워야 비로소 증오였다, 154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188

춘희에게는 금복은 여원히 가 닿을 수 없는 신기루와도 같았으며, 춘희의 바람은 끝내 채워질 수 없는 허기와도 같았다. 그래서 그것은 결국 그녀를 평생 따라다닐 아득한 그리움이 되고 말았다. 200




빠져든다 빠져들어 한 삼사일만에 다 읽은듯...
글ㅇ라기 보다 재밌는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다
노파 금복 춘희로 이어지는 이야기

읽으면서 느낌이 뭐라고하지ㅣ 섬뜩하면서 이상한 느낌이고 하여튼 내 기분이 이상해져;;
근데 진짜 재밌게 읽었다
원래 남의 이런 얘기는 재밌는 법이지

바로 뒷담화의 법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