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22. 04:14
새장같은 얼굴을 향하여
최승호
어느 날의 하루는 별 기쁨도 보람도 없이
다만 밥 먹기 위한 하루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저녁엔 여물통에 머리를 떨군 소가 보이고
달이 떠도 시큰둥한 달이 뜬다
지난 한 해는 바쁘기만 했지
얼마나 가난하게 지나갔던가
정말 볼품없는 돼지해였다
시시한 하루에 똑같은 하루가 덧보태져
초라한 달이 되도 어두운 해가 되고
참 시큰둥하고 따분하게 살았다
놀라울 것 없는 이 평범한 삶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빈 새장같은 죽음의 얼굴은
이빨에 앵무새 깃털을 문 채 웃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