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RAP/book
기형도
moon-dust
2012. 2. 17.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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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졸업이었고, 그는 “대학을 떠나기가 두려웠다”. 자신의 생 앞에 놓인 불안과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는 한 친구에게 “요즈음은 온통 불명확한 것 투성이다. 나의 생, 혹은 문학, 진로, 학업, 관계, 미래, 시간, 공간……. 모두가 알 수 없는 실체들로서 존재하되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해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 불명확한 것들이 나에게 요구하는 어떠한 극복들을 내가 마주서야 할 때 나는 비틀거리는 층계 어디쯤에서 불현듯 위기감을 느낀다”고 썼다. 1984년 10월, <중앙일보>에 입사하고, 그 이듬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했던 시 ‘안개’가 당선되었다. 1985년 2월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수습기자 딱지를 뗀 뒤 정치부에 배속된다. 그는 <중앙일보>의 문화부를 거쳐 편집부에서 일한다. 이 무렵에 쓴 ‘오래된 서적(書籍)’에서 “나의 영혼은 검은 페이지가 대부분이다”라고 썼다. 이 도저한 절망과 염세주의는 그러나, 현실생활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았다. 그는 쾌활한 청년이었고, 노래를 잘 부르는 기자였다. 그의 떨리는 음색의 미성으로 재현되는 노래들을 한 번이라도 들은 사람이라면 그에게 매혹되지 않을 수 없었다.